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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장사 망했어요" 전신주 추돌로 정전 길어져…상인들 울상



청소차 전신주 들이받아 대전 대동·자양동 962가구 전기공급 끊겨
인근 중·고교 학생들 하교 사태, 편의점·식당 등 영업 못 해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장사해야 하는디 불이 안 들어오니 어째…"
12일 오전 11시 20분께 대전 동구 대동 한 상점가에는 상인들이 가게 앞에 나와 전신주 복구 작업을 보며 서성이고 있었다.
이날 새벽 있었던 전신주 사고로 휴전(감전 사고 예방을 위한 정전)이 낮까지 이어지며 상점가는 조용했다.
대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지금 한창 점심 손님들 올 시간인데, 오늘 장사는 망했다"며 "상가 거리에 문 연 음식점이나 카페가 한 곳도 없다"고 허탈해했다.
인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업주도 "냉장고·냉동고에 있었던 물건들은 다 못 쓰게 됐다"며 "추운데 난방기구도 사용하지 못하고 컴퓨터나 인터넷도 안 된다. 가족도 출근해야 하는데 씻지도 못하고 출근했다"고 토로했다.
카페 등 몇몇 가게에서는 '전기 복구작업으로 영업 시작 시각을 늦추겠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인근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동에 있는 한 편의점 내부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웠다.


냉동고에 있던 제품들은 녹아서 대부분 빼놓은 상태였고, 포스기도 작동이 안 돼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편의점주 최용석(49)씨는 "냉동고 8대를 가동 중인데 전기가 끊기고 지역 담당자 통해서 빨리 대응했는데도 냉동제품들이 다 녹았다"면서 "이미 해동된 제품과 오전에 입고된 냉장 제품들은 이제 판매할 수 없고 폐기처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전 사태로 음식점뿐 아니라 인근 학교와 다른 시설들에도 피해가 잇따랐다.
전기가 끊긴 우송중·고등학교에서는 등교한 학생들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우송중 1학년 황모 군은 "등교해서 교실에 있는데, 전기가 계속 안 들어오니까 오전 10시쯤 학교에서 하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자양동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정향순(70)씨는 "요즘 대학교 시험 기간이라서 학생들이 새벽까지 스터디카페에서 공부 중이었는데, 오전 5시 50분쯤 갑자기 전기가 끊기니까 학생들이 핸드폰 불빛에 의존해 밖으로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5시 2분께 이 일대에서 정화조 청소차가 뒤로 밀리며 전신주를 들이받아 전신주가 기울어지면서 불이 나는 등 파손됐다.
이 사고로 한국전력공사는 오전 6시부터 전력공급을 일시 차단하고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동구 자양동·대동 일대 962가구에서 오후 2시까지도 전기 공급은 재개되지 않고 있다.
한전은 당초 오후 1시께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작업이 길어지면서 오후 3시를 넘겨서야 전기가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단순히 전신주만 망가진 게 아니라 전선 등에 불이 붙어 케이블 등 교체가 필요한 작업이 있고 설비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 보니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작업을 위해 세워둔 청소 차량이 내리막길에서 15m가량 밀리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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