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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남북정상회담과 미국정치의 혼란..그리고 금융시장

사진=파이낸셜뉴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남한 특사단


남과 북의 정상이 4월말 10년 남짓만에 만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한 뒤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안고 돌아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남북 관계가 사실상 단절되다시피 하면서 한반도 갈등이 고조된 이후 10년 남짓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도 비핵화 문제를 두고 대화할 용의가 있으며 대화기간 핵실험을 자제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 급속히 이뤄진 남북 화해..담대한 결정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북 관계는 좋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북한과 미국은 과격한 말을 주고 받으면서 으르릉거렸으며 남북 관계의 급진전을 기대하는 시각도 별로 없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갈등을 겪던 남북 관계는 올해들어 급속하게 변했다. 지난달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 안착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북한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내려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초청한 뒤 급속하게 정상회담 합의까지 이뤄진 것이다.

정의용 실장은 특히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는 놀라운 발언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회담은 판문점에서 개최돼 그 의의를 지닌다. 한국전쟁 발발후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이뤄진 판문점에서 양 정상이 만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다만 이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공언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 화해 무드에 대해 어떤 어떤 입장을 보일지 봐야 한다.


■ 게리 콘의 사임
전날 밤 남북 화해 무드가 급물살을 탄 뒤 이날 아침엔 게리 콘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사임 소식이 들렸다.

이 소식에 6일(현지시간) 시간외 거래에서 뉴욕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뉴욕 주가지수선물은 급락하고 엔화 가치는 뛰었다. 콘의 사임으로 향후 백악관의 친성장 경제정책 실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출신인 콘은 세제개혁을 주도한 인물로 최근 미국의 관세부과 추진에 반대해왔다. 감세 등에 따른 경기진작 효과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성과를 되돌릴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콘 위원장은 그동안 수석경제자문으로서 정부의제 추진에 대단한 업적을 보였다. 그는 역사적 감세·세제개혁 달성에 기여하며 미 경기를 또다시 진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기 드문 인재인 콘 위원장이 미국인을 위해 헌신한 점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철강·알루미늄을 겨냥한 관세부과를 강행하면 콘 위원장이 백악관을 떠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 소문이 현실화된 것이다.

정규장이 끝난 뒤 주가지수 선물이 급락하는 등 미국 금융시장은 이 문제에 예민해져 있다.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는 급등하고 달러화 약세는 심화했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전해졌다.
■ 원화 강세와 주가 상승 여력
국내시장에서 원화는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대해 당연히 강세로 반응했다. 환율이 국가간 통화의 상대적인 가치인 만큼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면서 달러/원은 10원 이상 급락해 갭다운으로 출발했다. 남북 관계 진전은 원화 강세요인이다.

다만 개장 이후 환율은 다소 위로 향하기도 했다. 게리 콘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사임 소식은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었다.

주식시장은 남북 화해 무드를 강세 재료로 삼을 수 있지만 미국 정치불안에 따른 위험선호 둔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정치혼란을 이유로 급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반도 지정학 리스크 완화 문제만 놓고 보면 국내 주가가 좀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밤 글로벌 주식시장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조짐과 미국 통상압력 완화 기대에 상승 마감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CDS(크레딧디폴트스왑) 프리미엄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12월 급락한 후 연초 이후 반등 중이었다"면서 "CDS 프리미엄 추가 하락 전환 시 저평가 요소 완화로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PER 9배 초반인 현 시점에서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2000년, 2007년 두 차례 있었던 정상회담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올림픽 이후 미국이 군사 옵션을 실행할 수 있다는 식의 4월 위기설이 금융가 한 귀퉁이를 배회하고 있었지만, 남북 정상회담 소식으로 분위기는 급하게 바뀐 셈이다.

다만 여전한 미국 보호무역주의나 미국 정치 불안 등이 위험자산의 랠리를 가로 막을 수 있다.
■ 채권 강세와 그 한계
한반도 긴장완화로 한국의 주식, 채권 등 투자자산은 외국인 입장에서 매력이 커진다. 외국인이 원화에 대한 관심을 더 표명하면서 한국물을 추가로 사는가 계속해서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한반도가 데탕트(detente) 시대로 진입하게 되면 한국 자산시장의 매력도는 강화될 공산이 크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국과 가까운 대만 투자자들만 해도 한국 채권을 과감히 사지 못하는 이유로 남북 갈등을 거론한다"면서 "긴장 완화는 주식, 채권 막론하고 한국물의 매력을 높인다"고 거론했다.

물론 주식 등 위험자산이 보다 선호된다면 채권은 주춤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주가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 재료지만, 외국인 수급이 받쳐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지금은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뤄지는 상황이며, 한은의 금리인상 시점도 당겨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일단 주식이든 채권이든, 원화의 추가 강세 여부와 외국인 동향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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