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 21.02%의 진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국토교통부가 오는 10월부터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간택지 새 아파트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기준 서울 새 아파트 분양가가 1년 전과 비교해 21.02%나 올라 기존 매매시장까지 자극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지난 6월 서울 분양시장은 한산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 중 청약접수를 한 아파트는 한 개 단지뿐이다. 용산 ‘시온캐슬’로 55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다. 전용면적 19~23㎡ 크기에 분양가는 3억4700만~5억6200만원 수준이다.

이 정도 규모 분양 하나 때문에 정부가 이렇게 정색을 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걸까? 20%이상 상승했다는 서울 민간택지 분양가의 기준은 무엇일까.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에 따르면 정부가 활용한 민간택지 분양가 변동률은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지수’를 활용해 산정했다. 이 지수가 올 6월 132.1로 작년 6월(109.2)와 비교해 21.02%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교방법은 일반적인 월간 비교 방식과 다르다. 올 6월 분양한 단지를 작년 6월 분양한 단지들과 비교하지 않았다. 매월 평균 분양가를 산출해 지수를 만들면 특정 지역 분양가로 인한 데이터 왜곡 가능성, 부족한 표본 수, 계절성 등의 영향으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12개월치 평균을 낸다. 매월 기준 월을 포함한 공표직전 12개월 간 평균이다.

따라서 올해 6월 분양가격지수 132.1는 6월 한 달 분양한 단지가 아니라 2018년6월~2019년6월까지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평균해 작성한 지수다. 이를 작년 6월 기준(2017년6월~2018년6월)과 비교한 상승폭이 그렇다는 것이다. 해당월을 포함한 1년간씩의 비교다.

이렇게 연간 단위로 따졌을 때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은 최근 1년을 제외하곤 대체로 정체됐다. 매년 6월 기준 2015년 104.2에서 2016년 101.3로 오히려 떨어졌고, 2017년엔 108.7로 소폭 올랐지만, 2018년에도 109.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말하자면 최근 1년간 높은 가격에 분양한 단지가 많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1년간 흐름을 봤을 때도 작년 9월(114.1)에서 10월(120.3), 올 5월(127)에서 6월(132.1) 사이 상승폭이 크다.

올 봄 서울 송파구에서 분양한 한 건설사 견본주택 현장.

HUG는 해당 월 강남권이나 서울 도심권 인기지역에서 분양한 일반분양 물량이 많이 나오면 지표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2개월 평균 흐름에 서초나 용산 등의 고분양가 단지가 몇 개씩 끼어 들어오면 갑자기 전체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박찬동 주택도시금융연구원 통계분석팀장은 “지난 6월엔 서초 그랑자이, 청량리역 롯데캐슬 등 인기지역 일반 분양 승인 물량이 많았다”면서 “특정 월별로 강남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 분양이 나오면 상승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정 시기에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주상복합 등 소형 주택이 많이 분양되는 것도 분양가 상승 효과를 높인다. 소형 단지일수록 ㎡당 분양가가 높게 나타난다. 예를들어 최근 분양한 용산 ‘시온캐슬’은 전용 19~23㎡ 크기로 분양가로 나누면 ㎡당 24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당 서울 평균(810만원)의 3배가량 높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최근 서울 민간택지 분양가 상승의 원인은 상당기간 분양이 없었던 강남권에서 새 아파트가 나온 영향이 크다”며 “전년과 비교해 최근 1년간 강남권 등 인기지역에서 분양물량이 많으면 분양가 상승폭이 높을 수밖에 없으니, 통계의 착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권 분양 물량도 대부분 지역에서 HUG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나와 ‘로또 분양’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서울 모든 지역에서 분양가가 올랐다고 해석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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