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메모 읽는 의원들을 위한 변명
정부 부처에서 국회로 파견 나와있는 협력관들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라도 열릴라 치면 전날 밤 의원회관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다. 다음날 국회의원이 전체회의에서 무슨 말을 할지, 장관과 청장을 상대로 무슨 질의를 할지 말씀자료를 미리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밤새 그런 말씀자료를 의원실 비서들이 써 만들면 깊게 고개를 숙인 협력관이 그 자료를 받아들어 정부로 간다. 거기서 공무원들은 머리를 싸매고 고위공직자들의 예상 답변을 만든다. 다음 날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처박고 그 말씀자료들을 읽으면 고위공직자들도 탁자 위에 놓인 대응 답변을 힐끔거리며 답변한다. 국회를 출입하면서 숱하게 봐온 장면들이다. 올해 국정감사 때도, 대정부질의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왜 이런 짜고 치는 고스톱이 벌어지는 걸까. 쉽게 떠오르는 건 의원들의 역량 부족이다. 10년 이상 국회에서 일한 한 보좌관은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에서 자기 말을 자기가 써서 읽는 사람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