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무서운 ‘뒷심’… 디펜딩 챔피언 면모 뽐냈다

아무래도 큰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실력만큼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비록 그것이 짧은 1년이라고 해도 그 경험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고진영(24·하이트진로)이 데뷔전을 치른 ‘핫식스’ 이정은(23·대방건설)에게 보여줬다. 고진영이 보여준 것은 바로 ‘뒷심’이었다. 호주 애들레이드의 그레인지 골프클럽(파72·6648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 3라운드를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이정은은 중간합계 8언더파 208타로 선두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4타 뒤진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은이 지난해 고진영에 이어 LPGA 데뷔전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고진영은 7언더파로 공동 6위로 밀려 있었다. 고진영이 16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그레인지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위쪽 사진). 이정은이 3라운드에서 그린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펜타프레스=연합뉴스하지만 고진영은 17일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3∼5번 홀 3연속 버디로 기세 좋게 출발했다. 그리고 이날 고진영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기록하는 무결점 경기로 8언더파 64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자 코르다에 2타 뒤진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67년 만의 LPGA 데뷔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던 그였기에 13번홀까지 5타 차로 뒤지던 상황에서 16번홀에서는 2타 차까지 추격하는 저력을 선보이자 내심 역전 우승도 바라봤다. 하지만 막판까지 안정감을 유지한 코르다를 넘어서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고진영이 보여준 뒷심은 여유 있게 앞서나가던 코르다가 끝까지 방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코르다는 이날 버디 7개, 보기 2개를 엮어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하며 지난해 10월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쥔 이후 4개월 만에 통산 2승째를 따냈다. 특히 언니 제시카 코르다가 2012년 이 대회에서 LPGA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본 데 이어 7년 만에 자매가 같은 대회에서 우승하는 진기록도 탄생시켰다.  고진영이 17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그레인지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이정은이 그린을 살펴보고 있다. 애들레이드=PENTAPRESS연합뉴스반면 이정은은 데뷔전 우승의 욕심을 낸 탓인지 4라운드에서 샷이 흔들리며 ‘뒷심 부족’을 노출했다. 2번 홀과 4번 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범하며 초반부터 주춤하더니 4라운드 내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전날보다 타수를 줄이지 못한 이정은은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경기를 마쳐 이미향(23·볼빅) 등과 함께 공동 10위에 만족해야 했다. 데뷔전 ‘톱10’ 진입이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그래도 3라운드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허블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