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거부”… 허공에 브리핑한 법무장관 [현장메모]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2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나홀로 브리핑’을 했다. 2017년 12월 출범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활동을 마무리한 것과 관련해 법무부 입장을 밝히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브리핑을 약 1시간 앞두고 ‘어떤 질문도 받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통보에 기자들은 항의하며 취재를 거부했다.
박 장관은 브리핑을 강행했다. 브리핑룸 단상 위에 올라 허공에 대고 인사를 하고, 미리 준비한 A4 8쪽 분량 원고를 읽었다. 할 말을 마치고는 또다시 허공에 인사를 한 뒤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이 어처구니없는 장면은 정부가 운영하는 ‘KTV 국민방송’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법무부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현직 부장검사 신분인 법무부 대변인이 질의·응답에 나서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을 뿐이다. ‘법무부 장관이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짤막한 입장문도 냈다. 요지는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불리한 질문에 답변하기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은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

과거사위는 세 차례에 걸쳐 활동 기한을 연장해가며 과거 검찰이 수사권 및 기소권을 남용한 사례를 지적해 검찰총장의 사과를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허술한 진상조사로 공권력을 낭비했고, 변죽만 울렸을 뿐 실상은 ‘맹탕’ 결과를 내놓았다는 비판 목소리도 거세다. 적법한 형사사법절차를 거쳐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사안도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나서 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국민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한 주무장관의 답변을 들을 권리가 있다. 그 답변을 대신 듣고 국민에게 전달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그런데 박 장관은 언로(言路)를 차단하고 일방적인 ‘원맨쇼’를 강행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고 강조하는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배민영 사회부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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