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들고 온 김여정, 맞이한 정의용…‘친서외교’ 맞물려 국면전환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희호 여사 별세와 관련해 조문단을 보내는 대신 조의문과 조화를 12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전달했다. 북측은 남북 관계 발전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은 없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장례위원회를 대표하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후 5시쯤부터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김 제1부부장을 만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받았다. ‘리희호 녀사의 유가족들에게’라는 제목의 조의문에서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리희호 녀사가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리희호 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북측의 조문단 파견 여부는 정체 상태인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북측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 제1부부장을 판문점으로 보내 예의와 형식은 갖추면서도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판문점에서 전달하는 방식으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문 대통령을 면담하고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조문단 파견은 무산됐지만,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1주년인 이날 조의문 전달을 계기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재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측이 조문단을 직접 내려보내는 대신 판문점에 김 제1부부장을 내보낸 것은 조문단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제한하면서도 김여정이라는 상징적 인물을 내세워 형식적 예우는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주=공동취재단,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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