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무성, 美에 ‘말이 통하는 사람’ 요구…남측엔 “참견 말고,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라”

북한은 27일 미국에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협상 담당자 교체와 함께 ‘온전한 대안’을 갖고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남측 당국을 향해서는 북미 대화를 위한 소통 과정에서 남측을 통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하여도 협상 자세가 제대로 되어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조미 대화가 열리자면 미국이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와야 하며 그 시한부는 연말까지”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미국이 지금처럼 팔짱을 끼고 앉아있을 작정이라면 시간이 충분할지는 몰라도 결과물을 내기 위해 움직이자면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담화는 최근 북미정상 간 친서외교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으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해 기대감이 커지는 속에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또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대미협상의 중심축을 당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조정한 상황에서 미국에도 그에 상응한 협상라인 재정비를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의 대북협상 담당자를 직접 거명하며 북미대화 교착의 책임에 대한 비난을 집중해왔다.

권 국장은 이어 남측의 북미대화 ‘중재’ 노력과 관련해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나가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조미 사이에 이미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남조선당국자들이 지금 북남 사이에도 그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며 “남조선당국은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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