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유입경로 오리무중… 앞으로 1주일이 중대 고비

끝내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감염되면 거의 100% 폐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축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1주일이 ASF 바이러스 확산 여부의 중대 고비라며 강력한 초동 방역조치를 당부했다. 또 정밀한 역학조사를 통해 추가 발병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1주일이 ASF 확산의 중대 고비”

1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비록 이번에 ASF 방역망이 뚫리긴 했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ASF가 발생한 돼지농장 반경 3㎞ 이내에 다른 돼지농장이 없는 데다 아직은 감염 초기 단계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ASF 의심신고가 접수된 16일 오후 6시 직후 초동방역팀을 투입해 인원과 차량 출입을 통제했고, 확진 직후엔 발생 농장은 물론 농장주가 경영하는 다른 농장의 사육돼지 3950마리를 살처분했다. 또 확진된 17일 오전 6시30분을 기해 48시간 동안 전국 축산농가 및 관련 시설에 대한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폐사한 돼지 모두가 어미돼지인 것도 긍정적 측면이다. ASF는 다른 돼지열병(CSF)과 달리 바이러스 감염 직후 모돈(어미돼지)에서부터 시작해 자돈(새끼돼지), 비육돈 순으로 폐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돈 폐사가 없고 모돈에서 폐사가 일어난 상황을 고려할 경우 비교적 ASF 발생 초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감염 돼지 간 직접 접촉이나 음식물 등을 통한 감염되는 ASF의 잠복기는 7∼19일 정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통상 일주일 이내 발열과 식욕부진,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ASF 바이러스가 인근 다른 농장으로 확산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정부가 일시이동중지명령을 오전 6시30분을 기해 발동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며 “만약 오전 9시에 발동했다면 출근시간 이전 이동하는 축산 관련 차량 특성상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일시이동중지명령이 유지되는 19일 오전까지가 ASF 확산의 1차 고비, 잠복기가 끝나는 1주일쯤 뒤가 2차 분수령이라고 설명했다.
◆발생 원인은 야생멧돼지, 남은 음식물?

하지만 이번 ASF 바이러스가 어떻게 유입됐는지는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ASF 바이러스는 크게 직접 접촉과 오염된 제품 섭취를 통해 전파된다. ASF 바이러스를 직접 옮기는 대표적인 매개체는 야생멧돼지다. 북한 야생멧돼지가 지난번 태풍으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와 옮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농장이 한강에서 2∼3㎞, 접경에서 10㎞밖에 떨어지지 않은 점도 이 같은 추정에 힘을 싣는 요소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김 대표는 “해당 농장에 울타리가 다 쳐져 있고 창이 없다”며 “또 멧돼지가 옮겼다면 근처에 사체가 있어야 할 텐데, 보고된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농장은 남은 음식물을 급여하는 농장도 아니다.

현재로선 ASF가 발병한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생산된 축산품이나 육포나 햄·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을 통해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해당 농장주나 가족, 외국인 근로자들이 최근 3개월 동안 해외에 나간 적이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인근 농장과 사료차량 등 역학조사선상에 오른 농장이 350곳 정도”라며 “주변상황과 멧돼지 출현 여부, 나머지 인위적 요소들을 종합 검토해 1주일 이내에 개략적인 발생 요인을 추정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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