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다시 살아난 ‘승리공식’… 벼랑끝서 기사회생

프로야구 LG는 올 시즌 79승이나 거뒀지만 강타선으로 상대를 침몰시키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팀이다. 케이시 켈리(30), 타일러 윌슨(30) 등 두 외국인 투수를 앞세운 탄탄한 선발진이 경기의 중심을 잡고, 타선이 결정적 순간에 득점을 짜낸 다음 젊은 마무리투수 고우석(21)을 위시한 불펜이 상대의 마지막 숨통을 틀어쥐어 경기를 끝내는 것이 LG의 승리공식이다. 지난 3일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켈리의 1실점 호투와 타선의 3득점, 고우석의 마무리 등 정석대로 승리했다.

그러나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5전3승제) 1, 2차전은 달랐다. 1차전은 윌슨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마무리 고우석이 박병호(33)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분패했고, 2차전도 7회까지 4-1로 앞서다 8, 9회 연속 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한 뒤 10회 말 끝내기 땅볼로 경기를 내줬다. 선발진은 여전히 제 몫을 해줬지만 타선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믿었던 고우석이 연이틀 무너졌다. 승리공식이 무너진 상황, 3차전 이후 시리즈 반전을 위해서는 공식을 다시 세워야만 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LG가 이를 해냈다. 익숙했던 공식대로 승리를 잡아낸 것. LG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2로 승리했다. 2패 뒤 귀중한 1승을 챙기며 기사회생한 LG는 10일 잠실에서 키움과 4차전을 벌인다.

이틀 연속 끝내기의 여파 때문인지 경기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완벽했던 켈리가 1회와 2회 초 두 이닝 연속 실점하며 LG가 0-2로 끌려갔다. 그러나 켈리는 3회 이후 페이스를 찾았고 최고 시속 152㎞의 직구와 커브 등으로 6회까지 키움 타선을 추가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선발의 호투라는 승리공식의 한 조각이 완성됐다.
이제 승부의 키는 무기력했던 타선과 마무리 고우석에게로 넘어갔다. LG 타선은 필요했던 점수를 따냈다. 2회 정주현(29)의 적시타와 4회 채은성(29)의 솔로홈런으로 동점을 만들며 선발 켈리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고, 7회에는 2루타를 친 정주현이 우익수 실책을 틈타 3루까지 진루한 뒤 오지환(29)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아 역전까지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카를로스 페게로(32)가 8회 말 키움 투수 오주원(34)을 상대로 큼지막한 솔로홈런을 때려내 4득점째를 기록했다.

이후 불펜이 경기를 끝냈다. 2차전 연장전에서 악송구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진해수(33)가 1.1이닝을 완벽히 막아냈고, 정우영(20)에 이어 앞선 경기들에서 아쉬움을 남긴 마무리 고우석이 9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또 한 번 제구가 흔들리며 1사 2, 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이번에는 승리를 지키는 데에 성공했다. 변화구 제구와 빠른 공의 위력이 살아나며 박동원(29)과 김혜성(20)을 연이어 외야 플라이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고우석과 LG 선수단은 경기를 끝내는 순간 포효했고, LG 팬들도 함께 환호했다. 벼랑 끝에서 준플레이오프 첫 승을 따냈을 뿐 아니라 무너졌던 승리공식을 다시 세웠기에 너무나 소중한 1승이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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