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英 사재기의 부작용…뜯지 않은 음식이 쓰레기통에 가득
뜯지 않은 빵 봉지, 먹지 않은 바나나 송이, 열지 않은 치킨 포장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사재기’가 끊이지 않는 영국에서, 새 제품이나 마찬가지인 음식으로 가득찬 쓰레기통이 잇따라 발견돼 누리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잉글랜드 서리주 더비와 그레이트맨체스터주 베리 등지 길가에서 음식쓰레기로 꽉 찬 쓰레기통이 포착됐다. 대다수 쓰레기는 슈퍼에서 사온 뒤 유통기한이 지나 먹지 않고 버린 새 제품으로 보였다.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제품을 산 탓에 벌어진 일로 추정된다. 특히 베리의 한 환경미화원은 쓰레기통을 비우던 중, 파스타 양념을 뜯지 않은 포장 팩 여러 개를 발견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모두 코로나19 확산 두려움 탓에 벌어진 일인데, 정말 먹는 게 필요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행위라는 비난이 온라인에서 쏟아졌다. 트위터 등에서 쓰레기통 사진을 본 이용자들은 “보기만 해도 화가 난다”, “아주 수치스러운 행동이다”,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베리 의회의 돈나 벨도 자신의 트위터에 구운 콩 통조림 등의 캔이 고스란히 담긴 쓰레기통 사진을 게재한 뒤, “정신 나간 행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만약 당신이 푸드마켓 등을 통해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새 음식을 버린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무분별한 사재기 행위를 질타했다. 그의 트위터 게시물에 다른 이용자들도 “누가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했느냐”며 “이 나라에 이토록 잘못된 사람들이 있느냐”고 댓글을 달았다.
사재기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 직후부터 영국 정부는 식료품 등은 충분히 공급될 수 있다며, 국민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해오고 있다.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식품·지역 문제 담당 장관도 지난 21일 코로나19 대응 정례 기자회견에서 사재기 중단을 국민에게 당부했다.
당시 유스티스 장관은 문제는 식료품 부족이 아니라 사재기로 인해 선반을 채울 시간이 부족한 데 있다면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식료품을 사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부족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품 제조업체들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결코 식료품이 부족한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주요 식품유통업체는 고객이 일정 수량 이상의 제품을 살 수 없도록 하거나, 같은 시간대에 매장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배달 시간을 최대한 맞춰주는 등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에서 사재기는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의료 종사자 등 공공서비스에 있는 이들이 생필품을 구하는데도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다른 이들과 달리 쇼핑할 시간이 부족한데, 근무가 끝나고 슈퍼마켓 등을 찾으면 이미 식료품 선반이 텅텅 비었다는 거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