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학의 아버지 ‘파스퇴르’ 술의 어머니? [명욱의 술 인문학]

서양 음악사에는 양대 부모가 있다.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이다. 둘은 활동한 시기는 물론 태어난 해가 같다. 심지어 두 사람은 독일 출신이다.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가 있다면 술에도 비슷한 것이 있을까? 술의 아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라고 불릴 만한 인물은 있다. 우리에게는 우유 회사로 친근하기도 한 ‘루이 파스퇴르’. 세균학의 시초, 위대한 과학자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파스퇴르는 1822년 프랑스 쥐라라는 와인 산지에서 태어났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와인을 많이 접하고 살았다. 그는 1857년 와인 제조업자들과 1864년 나폴레옹 3세로부터 ‘와인의 산패 원인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와인과 맥주가 식초가 돼버리는 과정을 알려 달라고 한 것. 이 과제로 그는 위대한 세균학자로 발돋움한다.

그는 와인 등의 식초화, 산패의 원인이 미생물이란 건 발견한다. 하지만 당시는 이 미생물이 공기만 있으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자연 발생설’을 믿고 있던 시대. 한마디로 균은 부모가 없어도 자식이 생긴다는 것. 이것을 술을 통해 틀렸다고 알린 것이 파스퇴르다. 이러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 1862년 목을 길게 늘인 목 플라스크(백조목 플라스크라고도 불림)에 끓여 놓은 육즙을 넣고, 공기를 차단해 더는 육즙이 부패하지 않는 것을 보여줬다. 그 결과 멸균한 상태에서 완벽한 밀봉은 부패를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더불어 와인과 맥주를 식초로 만드는 초산균을 발견한다. 초산균은 알코올을 먹고 초산을 만드는 존재. 이전에는 이러한 과정을 몰랐지만, 이제 초산균만 없앤다면 와인이나 맥주가 식초로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저온살균법이다. 파스퇴라제이션(Pasteurization)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출하 전 맥주 및 와인을 60~70도로 20~30분 가열하는 방식이다. 잡균은 사라져 저장성 좋은 와인과 맥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맥주와 와인 저장 및 유통 등에서 끝나지 않았고 우유 등 식음료 유통 혁신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맥주 및 우유를 마시고 있는 것도 파스퇴르 덕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파스퇴르가 술의 어머니라고 말할 수 있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효모(酵母) 역할의 발견이다. 효모는 안토니 반 레벤후크가 현미경을 제작하면서 존재 자체는 알려졌었다. 하지만 그 역할은 확실하지 않았는데, 이것을 파스퇴르가 발견한 것이다. 효모라는 한자를 보면 그 역할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술 유’(酉)에 ‘효도 효’(孝)가 들어간 ‘발효 효’(酵)에 ‘어미 모’(母). 파스퇴르는 수분 속 당분을 먹고 그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바꿔 주는 효모 역할을 정의하면서 술의 알고리즘을 밝혀낸다. 술을 낳은 어머니적 존재인 효모를 그가 처음 발견한 것이다.

참고로 파스퇴르가 태어난 쥐라 지방은 1억3만년 전의 지층이 발견된 곳이다. 여기서 유래한 것이 바로 쥐라기 시대. 우유와 와인, 맥주와 영화로도 이어지는 파스퇴르와 우리의 풍부한 인연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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