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ATM서 주택청약까지…최신 키오스크 체험해보니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직장인 서 모 씨는 전전긍긍이다. 마음에 드는 적금 상품에 가입하고 싶은데, 도통 시간이 안 난다. 보안카드만 있다면 애플리케이션으로 진즉 가입했겠지만, 하필 해당 은행에 계좌가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ATM 기기로 계좌는 물론 적금까지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키오스크 이야기다.

은행들의 디지털 키오스크 경쟁이 뜨겁다. 과거의 ATM을 넘어 지점 창구에서만 가능했던 업무까지 '업그레이드'된 기능을 갖췄으며, 눈으로 조작이 가능한 '아이트래킹' 등 최신기술도 적극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 키오스크란 기존 ATM 기기에 은행 창구 업무 기능이 더해진 다기능 ATM을 말한다.

2015년 신한은행은 업계 최초로 계좌 개설 등 117가지 기능이 탑재된 디지털 키오스크 '유어스마트라운지'를 설치했다. 뒤이어 ▲우리은행이 '위비키오스크' ▲국민은행이 '스마트텔러머신' ▲기업은행이 '디지털뱅킹존'을 신설하는 등 디지털 키오스크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점포 축소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좌정훈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과장은 "디지털 키오스크의 설치 목적은 고객 불편의 최소화"라고 말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전국의 은행 점포는 6천783개로 2013년보다 884개 줄어들었다.

은행들이 도입한 디지털 키오스크를 몸소 체험하고자 지난 17일 하루 동안 각 은행들을 방문했다.

◆손바닥만 대니 "거래가 정상 처리 되었습니다"

오후 4시 반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업무를 끝내고 셔터를 내린 은행 창구 옆에 디지털 키오스크 '유어스마트라운지'가 있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일반 ATM보다 1.3배 정도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맥 스캐너나 신분증 투입구 등 확연히 눈에 띄는 외양이었다.

신한은행 본점 1층에 놓인 디지털키오스크(좌)와 일반 ATM(우). 정맥스캐너, 신분증 투입구, QR코드 스캐너 등 디지털키오스크엔 일반ATM 기기보다 많은 장치들이 탑재돼 있었다 [사진=서상혁 기자]
등록된 계좌가 없었던 만큼, 화면에서 체크카드 신규 가입을 눌렀다.

신분증을 스캔하자 화상상담원과 연결됐다. 상담원이 원격으로 화면을 조종하며 체크카드들을 추천해줬다. 고민 끝에 교통비 캐시백 혜택이 있는 카드를 선택했다. 휴대폰 인증과 비밀번호 설정을 마치자, 카드가 쑥 하고 나왔다. 소요시간은 약 4분에 불과했다.

바이오 정보 등록은 깨나 간단했다. 안내에 따라 오른손을 정맥 스캐너 위에 올리는 과정을 반복한 후 휴대폰 본인 인증만 거치니 끝났다.

내친김에 주택 청약도 가입해봤다. 정맥 인증과 개인 정보 등의 과정을 거치자 "거래가 정상 처리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증빙서류가 출력됐다. 이번에는 약 7분 정도 걸렸다. 다소 복잡한 업무임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디지털 키오스크로 주택 청약 가입에 성공한 모습. 은행 창구에서와 동일하게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사진=서상혁 기자]
다음으로 기업은행 남대문지점에 들렀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디지털뱅킹존'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시중 은행 중 가장 늦은 셈이다.

음성 검색 기능이 눈에 띄었다. 보안카드를 분실했던 터라, 음성 검색을 눌러 "시크리트 카드"라고 말하자 관련 업무가 화면에 나타났다. 약관 동의와 정맥 인증 절차를 마치자 카드가 발급됐다.

기업은행의 디지털뱅킹존에는 대기 시스템이 있었다. 대기번호표 프린터에서 디지털뱅킹존의 번호표를 뽑을 수 있었다. 본인의 순서가 되면 키오스크 상단에 위치한 전광판에 번호가 표시됐다.

기업은행 디지털뱅킹존 키오스크 상단에 부착된 전광판. 은행 창구와 동일하게 번호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진=서상혁 기자]
두 곳 모두 화상상담 시간 외엔 바이오 정보 등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은행 창구 영업시간보다는 훨씬 길게 운영했다.

유어스마트라운지 운영시간은 오전 7시~오후 11시 30분까지다. 화상상담은 평일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주말 및 공휴일은 정오~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디지털뱅킹존은 오전 7시~11시 55분까지 운영하고, 화상상담 시간은 신한은행과 같았다.

◆눈으로 조작하고 얼굴로 인증하고…ATM의 진화

가까운 미래엔 눈으로 ATM을 조작하는 광경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이트래킹이란 시선 추적 기술을 이용하는 것인데, 기기 화면에 부착된 카메라가 이용자의 동공 움직임을 포착하면 전산화 과정을 거쳐 시스템이 작동되는 방식이다.

지난 11일 신한생명 본사에서 열린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에서 한 남성이 ATM 자판을 응시하자 화면에 숫자가 입력되는 모습이 시연됐다.

아이트래킹 기술과 디지털 키오스크가 결합하면 큰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 해당기술을 개발한 비주얼캠프의 박재승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따르면 "아이트래킹 기술로 스크롤링(모니터 화면을 상하좌우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한 만큼, 키오스크로 상품에 가입할 때 긴 분량의 약관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관련 기술의 상용화를 검토 중이다.

얼굴을 인식하는 ATM 기기도 있다. 카메라가 얼굴의 특징점을 추출해, 최초 저장된 데이터와 비교해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식이다. 생체 고유의 정보를 근간으로 하는 인증방식이라 보안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미 해외에선 안면인식 ATM 기기가 상용화되고 있다. 중국 농업은행과 초상은행은 자사의 ATM 기기를 중심으로 안면 인식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본 세븐은행도 올해 편의점을 중심으로 안면인식 ATM을 도입할 계획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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