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닉 커스터마이징의 무간지옥, 데몬 엑스 마키나

'데몬 엑스 마키나' 대기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데몬 엑스 마키나' 대기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로봇을 내세우는 메카닉 액션게임의 기본 공식은 전투의 재미와 기체 커스터마이징에 있다. 지상과 공중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동성, 탄환과 미사일, 레이저를 오가는 무기의 다양함, 기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는 자유로움, 그리고 초대형 기체랑 일기토 등은 메카물이라면 빠져선 안 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각종 메카물 게임 중에서도 '아머드 코어' 시리즈는 이 공식을 충실하게 실행하면서 남다른 팬 층을 보유한 작품이다.

지난 13일에 출시한 '데몬 엑스 마키나' 역시 메카물의 공식을 매우 잘 따랐다고 볼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도 자유로운 이동성에 기반한 박진감 넘치는 전투, 캐릭터와 기체, 장비를 마음껏 구성할 수 있는 다채로운 커스터마이징 요소 등, 메카 액션물 유저들이 원하는 것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게임 전반적인 완성도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졌지만, 적어도 '아머드 코어'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 '데몬 엑스 마키나' 게임 트레일러 (영상출처: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것 같은 유연한 조작과 전투

보통 일반적인 메카닉 액션게임은 속도가 빠를수록 조작이 힘들다. 지상에서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것도 복잡한데, 상하로도 움직여야 하니 어려울 법도 하다. 하지만 본작은 조작이 매우 직관적이고 쉬운 편이다. 부스터 게이지를 제외하면 비행 시 제한이 없기 때문에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거니와, 자이로센서가 더해져서 정말 내가 원하는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건담 시리즈의 뉴타입이 된 것처럼 적의 총탄 세례를 자유자재로 휘젓고 다닐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자유로운 움직임은 등장하는 적과 만날 때 시너지를 발휘한다. 본작에 등장하는 적들은 탱크나 비행선, 포탑, 아스널 외에도 곤충이 연상되는 대형 보스, 초 거대 인간형 로봇 등이 있다. 당연히 이 적들은 제각기 완벽하게 다른 패턴으로 플레이어를 공격하는데, 워낙 기체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보니,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투법을 구사할 수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유저 스스로 적절한 공략법을 찾을 수 있게 전투가 디자인 되어 있는 것이다. 

▲ 지상에서는 빙판에서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공중에선 우주에서 노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공중에선 우주에서 노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모든 전투에 생동감을 전해주는 그래픽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기기 성능의 한계로 인해 해상도는 다소 아쉽지만, 카툰렌더링 특유의 만화적 묘사를 통해 상당히 깔끔한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피격 모션이나, 폭발 묘사 등은 오히려 실사보다 더욱 직관적으로 표현돼 유저 입장에서도 어떤 공격에 당했고, 내 공격이 어떻게 명중했는지를 더욱 실감나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비뢰신의 술법을 쓰는 듯한 미친 성능의 기체랑도 대등하게 겨룰 수 있으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비뢰신의 술법을 쓰는 듯한 미친 성능의 기체랑도 대등하게 겨룰 수 있으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운석이랑도 마음 껏 싸울 수 있을 만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운석이랑도 마음 껏 싸울 수 있을 만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대형 이모탈의 중압감은 엄청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대형 이모탈의 중압감은 엄청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없는 무한한 커스터마이징

매끄럽고 직관적인 전투 디자인도 인상적이지만,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어마어마한 양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에 있다. 본작에서 직접 유저 입맛에 맞게 조합하고 고를 수 있는 요소는 무기와 기체 아머, 아우터, 그리고 어태치먼트 등 네 가지가 있다. 이 중 전투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역시 무기다. 본작에 등장하는 무기 종류는 불릿, 바주카, 레이저, 근접, 캐넌, 기뢰 등 14종에 달하며, 세부적으로도 머신건, 라이플, 저격총 등 다양한 분야의 무기가 있다. 불릿이나 레이저를 포함한 6종의 무기는 양손 및 파일런에 수납할 수 있으며, 미사일이나 캐논 등 광역 무기는 어깨에 착용할 수 있다. 기체를 보조해주는 옥실러리 칸에는 하강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하강 부스터부터, 장탄수를 늘려주는 장비나, 기뢰, 수류탄 같은 무기도 장착할 수 있다.

기체 성능과 직결되는 아머도 상당히 세분화 되어 있다. 아스널의 아머 파츠는 머리와 몸체, 왼팔, 오른팔, 다리, 프로세서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파츠는 내구도 외에도 각 파츠에 맞는 능력치와 연관이 있다. 이를테면 헤드 파츠는 색적 성능과 연관이 있으며, 몸체와 다리의 경우 각각 공중과 지상 부스터 성능과 관련이 있다. 이 밖에도 각 파츠별로 연사력 보조나 근접무기 대미지 강화 등 다양한 보조 능력이 있어 상황에 따라 아머를 골라서 사용할 수 있다. 

무기의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무기의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각 아머의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머리가 아플지경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각 아머의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머리가 아플지경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렇게 사무라이같은 기체도 구성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렇게 사무라이같은 기체도 구성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심지어는 건담도 만들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심지어는 건담도 만들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선택지가 무궁무진하다 보니 말 그대로 유저가 원하는 그대로의 기체 구성이 가능하다. 만약 빠른 속도로 적진을 휘저으며 칼질을 하고 싶다면, 옥실러리에 기동력을 높여주는 장비를 달고 양손에 태도를 장비한 뒤 부스터 성능이 높은 몸체와 다리, 근접무기 성능을 보조하는 팔로 기체를 구성하면 된다. 반대로 온 몸에 미사일과 바주카, 라이플, 수류탄을 탑재하고 네 가지 무기를 한 번에 사용하는 화력 위주의 기체도 만들 수 있다. 

유저 캐릭터인 아우터도 커스터마이징 가능하다. 단순히 외형만 가능한 게 아니라 신체를 개조해 능력치를 높일 수도 있다. 세계관 설정상 아스널과 아우터는 마치 '에반게리온'처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파일럿의 능력이 아스널에도 영향을 끼친다. 쉽게 말해 아우터의 능력을 강화하면 기체 성능도 올라간다는 뜻이다. 다만, 이렇게 신체를 개조해 아우터를 강화할 경우 외형이 점차 인간과는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외형을 중시하는 유저라면 이를 포기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아머와 장비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어태치먼트 요소가 있다. 이 어태치먼트는 같은 장비여도 착용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이 나눠져 있으며, 각 어태치먼트 또한 오로지 미션 중 파괴된 적 기체를 노획하는 것으로만 구할 수 있다. 때문에 원하는 파츠에 원하는 어태치먼트를 장착하기 위해선 프리 오더나 멀티플레이 코옵을 통한 파밍이 필요하다. 일종의 파고들기 요소인 셈인데, 추후 업데이트 될 PvP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참고로 원하는 옵션의 기체를 하나 완성하는 데만 최소 50시간에서 100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아우터도 개조할 수 있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심지어 아우터도 개조할 수 있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어태치먼트도 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 어태치먼트도 마음껏 구성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론 온라인에서 수많은 작업이 동반됐을 때 이야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물론 온라인에서 수많은 작업이 동반됐을 때 이야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대화문으로만 처리한 스토리 전달은 아쉬워

'데몬 엑스 마키나'는 메카닉 장르의 모든 장점을 다 갖추고 있는 게임이지만,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까지 완벽하지는 못하다. 특히 스토리 전달력이 매우 부족하다. 일단 본작의 세계관과 각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인 편이다. 동료인 줄 알았던 캐릭터와 다음 임무에서 적으로 만나기도 하는 등 충격적이고 급진적인 전개가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오로지 대화문으로만 처리하는 것이 문제다. 이 대화문은 심지어 임무 브리핑부터 임무 중간, 임무가 끝나고 난 뒤에 메시지로 따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덕분에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전체 줄거리를 이해하기도 힘들거니와 임무 중간에 나와 게임 전체의 흐름을 끊기도 한다.

물론 모든 상황이 대화문으로 만 처리되는 것은 아니며, 컷신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컷신이 스토리에서 큰 의미를 지닌 경우는 드물며, 그저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소모된다. 정작 중요한 이야기나 상황은 구구절절 글과 말로만 풀어낸다는 점에서 이 게임의 스토리 전달력은 절대 세련되지 못하다. 만약 누군가의 계략으로 인해 동료들끼리 싸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대화문으로만 설명하기 보다는 직접 AI에 문제가 생겨 오더를 잘못 내리는 부분을 영상으로 보여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당신이 숱하게 보게될 화면 1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당신이 숱하게 보게될 화면 1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당신이 숱하게 보게될 화면 2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당신이 숱하게 보게될 화면 2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심지어 되게 중요한 컷신에서도 가만히 앉아서 대화나 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심지어 되게 중요한 컷신에서도 가만히 앉아서 대화나 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미션구조가 매우 단조로운 것도 문제다. 본작에 등장하는 모든 미션의 9할은 적과 싸워서 이기면 되는 구조다. 그 적이 평범한 탱크냐, 동형의 아스날 기체냐, 대형 보스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사실 미션의 종류는 잠입이나 탈출, 호위, 탐색, 방어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결국엔 적을 섬멸하면 끝난다. 이를테면 호위 미션의 경우 제한 시간 내에 공격해 오는 적들을 모두 파괴하면 되며, 탐색의 경우도 근처에 가면 적이 나타나 결국 싸움이 벌어지는 형식이다. 심지어 기체를 타지 않고 아우터 상태로 시작하는 미션 마저 기체를 탈취해 적과 싸워서 이겨야 끝이 난다.  

결국 이 단조로운 스토리와 미션 구조는 게임 전반의 신선함을 다소 깎아먹는다. 같은 방식의 임무가 별다른 목적의식 없이 반복되다 보니, 분명히 재미있고 화려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전투나 커스터마이징 요소는 '아머드 코어' 정신적 후속작으로서는 훌륭한 첫걸음 이지만, 그 밖의 스토리나 레벨 디자인을 생각하면 새로운 IP로서는 아쉬운 반보라고 할 수 있다.

▲ 아우터 상태에서도 미션을 시작할 수 있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결국 적을 파괴하는 것이 미션의 끝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결국 적을 파괴하는 것이 미션의 끝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건 온라인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건 온라인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머드 코어'의 재림

'데몬 엑스 마키나'는 닌텐도가 자신있게 내세운 새로운 프랜차이즈인 만큼 모든 면에서 완벽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기에는 스토리나 레벨 디자인 등 몇몇 핵심적인 측면에서 그렇지는 못했다. 하지만 본작은 잠들어 있던 '아머드 코어'의 충성스런 팬들이 스위치를 사게 할 수 있을 만큼 메카물 유저들이 바라는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한 작품이다. 닌텐도의 새로운 IP로서 자리잡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게임의 기본적인 틀 만큼은 훌륭하게 완성한 것이다. 추후 작품에서는 문제점을 보완해 닌텐도의 새로운 IP로서의 정체성도 확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그야말로 '아머드 코어'의 재림이 연상되는 훌륭한 메카닉 액션게임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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