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콘솔 행사에 깜짝 등장한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 X019에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공개한 넥슨 (사진제공: 넥슨)

국내 게임사들은 주로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만든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콘솔게임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될 정도다. 그래서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14일(현지기준) MS의 Xbox 행사인 X019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X019에서 넥슨은 ‘카트라이더’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공개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컨트롤’을 만든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개발 중인 ‘크로스파이어’ 후속작 ‘크로스파이어X’의 첫 게임 플레이 영상을 선보였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머나먼 영국 런던서 열린 콘솔게임 행사에서 자사 대표 IP 신작을 선보인 데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으로 영역 넓히는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는 해외 매출 상당수를 중국에서 벌어들인다. 특히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십 년이 넘도록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국민 FPS로 불릴 정도로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으며, 던파는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수 50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두 회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높은 중국 의존도를 확인할 수 있다. 1년 전인 2018년, 넥슨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총매출의 약 45%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이중 상당수가 던파에서 발생했음은 자명하다. 스마일게이트는 정확한 지역/분기별 매출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2018년 기준으로 크로스파이어 IP를 전담하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매출이 지주회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총매출의 약 69%를 차지하고 있다. 

▲ 넥슨 2019년 3분기 실적 요약표 (자료출처: 넥슨 IR 자료실)

이런 매출 구조는 기업으로서 다소 불안하다.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의 경우 정부의 입김에 따라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기에, 양국 사이 생기는 작은 구설수만으로도 게임 서비스가 중단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넥슨은 올해 3분기 중국 던파 매출이 감소하며 중국 매출이 43% 줄었다. 그 결과 국내 실적이 소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이 24%나 줄었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X019 행사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위처럼 높은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고자 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행사 개최지가 영국 런던이라는 점, 그리고 Xbox One이 아시아 지역보다 북미 및 유럽 지역에서 인기를 끄는 콘솔인 만큼 웨스턴 시장을 정조준해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두 게임은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MS가 ‘카트’와 ‘크파’를 인정했다

X019는 MS가 주관하는 연간 Xbox 행사 중 가장 성대하게 치러지는 이벤트다. 한 해 Xbox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비전을 공유하며,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게임 개발사 신작을 발표한다. 블리자드로 치면 블리즈컨 급이다. 이런 자리에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신작을 개발사로서 무대에 올랐다는 것은 MS가 두 회사를 중요한 서드파티 파트너로 생각하며, 이 자리에서 발표된 신작들이 Xbox One 및 차세대 콘솔에 있어 귀중한 타이틀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연간 Xbox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X019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MS 관계자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대해 “낮은 진입장벽의 캐쥬얼 레이싱 장르라는 점에서 포르자 호라이즌과 차별화됐다”라고 언급했다. 대중적인 게임성이 전세계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작과 달리 언리얼 엔진 4로 만들어진 높은 완성도의 그래픽, 15년 동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의 후속작이라는 것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지난 E3 2019에서 Xbox 필 스펜서 총괄은 크로스파이어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6억 5,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한 부분유료화 게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작의 높은 인지도와 더불어 서구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인 FPS게임이라는 점은 크로스파이어X의 매력 포인트다. 또한 스마일게이트와 협업해 게임의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만들고 있는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앨런 웨이크, 컨트롤 등으로 스토리텔링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게임의 완성도도 기대된다.

▲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X019 트레일러 (영상출처: Xbox 공식 유튜브 채널)

▲ 크로스파이어X 게임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Xbox 공식 유튜브 채널)

결론적으로 MS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크로스파이어X의 완성도와 흥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위 두 게임이 올해 X019에 초청된 결정적 이유다. 현세대 콘솔 기기 경쟁에서 부족한 독점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MS에게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매력을 지닌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신작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산 AAA급 콘솔게임 이어지길

글로벌 콘솔 프리미어 행사에 국산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콘솔 버전과 크래프톤(구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가 지난 E3 2017 MS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Xbox One으로 출시를 발표한 것이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비록 당시 두 작품은 완전 신작이 아닌 이미 PC온라인에서 검증된 게임을 콘솔 환경에 맞춰 이식한 것이었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콘솔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국산 AAA급 타이틀의 콘솔 진출을 위한 길을 닦았다는 평가다.

올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는 앞서 게임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존 IP이긴 하지만, 게임 자체는 완전 신작이었기 때문이다. 이 두 게임이 웨스턴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다면, 더 많은 개발사들이 Xbox One을 포함한 콘솔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게 될 것이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처럼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게임사가 대형 콘솔 신작을 발표하는 일이 이어진다면, 글로벌 콘솔 게임 행사에서 국산 게임을 더 자주 만나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앞으로 더 많은 국산 콘솔게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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